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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덕유산 겨울 산행

by Junhyeok 2026. 2. 6.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부인 덕분에 등산을 종종 다니고 있다. 그런데 내 직업 특성상 주말에도 쉬지 않기 때문에 집(부산)에서 멀지 않은 곳만 당일치기로 찾아다니다보니 겨울에도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올 겨울에는 꼭 눈을 실컷 보게 해주겠다고 생각하고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차였는데 마침 2월1일 (일요일)에 내가 쉬게 되었고 전북 무주의 덕유산이 대표적인 겨울 관광지라고 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덕유산이 겨울에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런 상고대를 볼 수 있기 때문. 상고대는 추운 날씨에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겨난 것인데, 덕유산은 해발 1614m로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고 눈도 많이 내리는 곳이라 상고대가 생기기 좋은 조건인데다 무주 덕유산리조트 스키장 덕분에 정상(향적봉)근처 설천봉(1520m)까지 곤돌라를 이용해 올라갈 수가 있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상고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유명세 덕분에 겨울철에는 곤돌라 탑승이 쉽지 않은데 2주 전에 사전예약을 해야한다. 사전예약은 상행선만 적용되고 하행선은 현장에서 발권해서 탑승가능하다. 우리는 하루 전에 결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전예약은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원래 등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만 곤돌라를 타기로 결정했다.

 사진처럼 상고대와 파란하늘을 같이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일단 날씨가 추워야하고, 습도가 높아야 하며 날씨는 맑아야하기 때문.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해본 결과 새벽에 약간 내리고 오전에는 맑음으로 되어 있어서 상고대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올라가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있고, 경사도 꽤 있는만큼 아이젠 착용이 필수인데 우리는 아이젠이 없었다. 하루 전날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사는 건 불가능했고 당근 마켓과 주변 아웃도어 용품 매장을 활용해서 최대한 저렴하게 아이젠 2세트를 구입하고 차량에 주유도 미리 해두고, 핫팩과 간식, 여분의 옷 등을 단단히 챙겨놓고 일찍 잠을 청했다. 왜냐면 상고대는 오후에는 녹아 없어지기도 해서 오전에 보는 것이 최상이라고 하는데 부산에서 덕유산은 거의 3시간 거리에 등산 코스도 3~4시간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4시 출발해서 7시쯤 도착하고 10~11시까지 정상에 오르는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출발 당일 3시30분에 일어나서 잠도 덜 상태로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짐을 챙겨서 출발했다. 가는 동안 간식을 먹고 휴게소 들려서 잠시 쉬고 7시가 조금 넘어서 덕유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 차에서 내리니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것이 살살 내리고 날씨도 추워서 괜히 오자고 했나 싶었지만 일단 등산을 시작했다.

 우리가 다녀온 코스는 구천동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서 백련사를 통과해 향적봉을 오르고 설천봉으로 내려와 곤돌라를 타고 하산, 무주덕유산 리조트에서 출발한 곳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차한 곳과 곤돌라로 내려온 곳이 다르기 때문에 택시를 탔다.

 탐방안내소에서 백련사까지는 거리가 좀 있지만 경사가 완만한 계곡이라 크게 힘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백련사 지나고 어느 정도 올라가면 등산로에 눈이 쌓여있고 경사도 급해지기 때문에 중간에 아이젠을 착용해야 했다. 요즘은 허리 아프다고 운동을 안한지 오래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부인도 못따라가고 중간중간 계속 쉬자고 해야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중간에 내려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한걸음씩 계속 올라갔다.

 꽤많이 올라갔음에도 상고대는 보일 기미가 안보여서 오늘 못보는건가 생각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나뭇가지에 하얀 결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곤돌라가 운행을 시작해서 빠르게 올라갔던 사람들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한 부부가 곤돌라 왕복티켓을 샀는데 걸어서 내려간다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어떻게 내려갈거냐 물으시고 표를 주셨다. 편도 한 장에 20,000원짜리 표여서 매우 감사했는데, 빠르게 내려가셔서 제대로 감사의 표시도 못한게 아쉬웠다.  그리고 상고대는 올라갈 때마다 점점 뚜렷해져서 정상에 올라가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장관을 보여주었다.

정상에 도착해서 설천봉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상고대도 우리가 올라오면서 봤던 것만큼 예쁘지 않아서 등산해서 올라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부인은 무릎이 좋지 않아서 항상 내려갈 때 아프다고 하는데 이 날은 정상 근처에서부터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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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내려와서는 우리 차까지 택시로 이동하고, 근처에 적당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집으로 가기엔 뭔가 아쉬워서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구경하고 왔다. 영화, 드라마 세트장이어서 근현대 시기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청와대 세트장도 있어서 합천에 갈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만한 곳이었다.

 부산에서 당일로 다녀온다고 좀 피곤하긴 했지만 겨울 덕유산 방문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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