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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운전면허 취득기

by Junhyeok 2012. 4. 10.

 처음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찾아간 것은 3월 14일 수요일이었다.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가까운 운전학원을 찾아보고 결정했다. 학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허름하다'라는 첫인상을 받게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토바이 교육과 시험이 이뤄지는 소형장이 있다. 쌀쌀한 날씨탓에 남자 몇 명이 옷을 두껍게 입고 코스를 돌고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보행자용 통로가 있는데 길이 매우 좁아서 두 사람이 엇갈려 지나가려고 하면 서로 몸을 비틀어서 피해야 어깨를 부딪히지 않을 정도다. 그 길을 150m 남짓 걸어가다보면 장내기능 교육장을 지나 본관 건물이 있다. 멀리서 봤을 때 막사처럼 생긴 낡은 건물 옆으로 컨테이너와 천막 등이 붙어있어 전체적으로 가건물의 느낌이 난다.

 문을 열고 들어 들어가자 제법 넓은 공간에 6개의 창구가 있고, 겨울 방학이 지나서 사람이 별로 없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수강생들로 북적거리는게 은행에 온 느낌이었다. 내부를 좀 둘러보면서 상황파악을 마친 뒤, 제일 끝에 있는 수강등록 창구로 갔다. 창구에는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만 있었는데 대부분은 나이가 어려보였다. 수강등록하러 왔다고 하니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알려주는게 몹시 지루하다는듯한 느낌의 사무적 말투로 안내를 해준다. 면허취득 전체과정과 학원 시설에 대한 설명, 그리고 내가 원하는 교육시간을 정하는 일이었는데, 다음 날 학과교육 5시간을 연속으로 듣고 다음 주 월요일에 장내기능교육을 받기로 결정했다. 안내사항이 많다보니 이해못한 부분도 있었고 기억하기도 힘들어서 바로 다음 단계인 학과 교육 장소와 시간만 확인하고 수강카드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학과교육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학원을 다시 찾아갔다. 2층 강의실로 들어가니 이미 몇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누군가 뭐라고 하는거 같았는데 일단 전날의 기억을 되살려 출석체크하는 기계에 카드를 긁고 지문을 대는데 체크가 되지 않았다. 당황해서 다시 주변을 살펴보니 누군가 다시 말을 건다. 강사인가 본데 내가 자기말을 안듣고 카드체크를 했다고 뭔가 비아냥거리는 듯했는데, 기분이 살짝 나빴지만 그 상황에서 말다툼해봐야 이득도 없고, 그런데 낭비할 에너지도 없어서 그냥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에 수강생 대부분이 들어온 듯 하자 모두 줄을 세우더니 차례로 출석체크를 했다.

 나는 학과강의 시간에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조, 조작법, 신호체계, 표지판 같은 걸 설명해줄거라고 기대했는데, 실제 운전을 처음 해봐야되는 사람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음주운전을 하면 안된다, 운전면허 시험에 학과강의 5시간은 전혀 필요가 없는데 법이 잘못 만들어졌다 등)와 비디오 시청만 하다가 첫 번째 강사는 나갔고 두 번째 강사는 검열에 대비한다면서 파워포인트로 만든 프레젠테이션만 스크린에 띄워놓고 시험 요령에 대해서 설명하는 등 횡설수설하다가 학과강의가 끝났다. 최소한 학과시험에 대한 강의라도 있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학과시험 공부는 학원에 등록하면서 받았던 32쪽짜리 기출 문제집을 집에서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몇 쪽을 보다보니, 결국 거의 모든 문제의 답은 안전운전하라는 내용이었고, 사전에 공부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답을 고르면 맞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성격에 끝까지 다 풀어보았지만 그 이상의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강사가 따로 강의하지 않은 이유가 이해되긴 했는데, 그래도 5시간을 낭비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서부운전 면허시험장으로 찾아갔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안내데스크가 있는데, 자신의 용무를 말하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직원이 있다. 학과시험을 치르러 왔다고 하니, 작성해야할 원서 한장을 주면서 사진 두 장을 붙이고, 신체검사를 받은 다음 x번 창구로 가서 제출하라고 알려줬다. 사진은 3×4cm에 배경은 흰색으로, 그 외 여러가지 규정이 있는데 내가 가져간 사진은 배경이 얼룩덜룩한 흙색이었지만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접수받아 주었다. 원서를 작성하고 신체검사 하는 곳으로 갔더니 즉석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사진을 준비해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설치해둔 것 같았다. 신체검사는 시력검사 한 가지가 전부인데, 검사비로 몇 천원을 내야했다.

 신체검사를 마치고 원서를 내면 3층으로 가서 학과시험을 볼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갔더니 시험장 문이 열려있었는데 우연히 감독관과 눈이 마주쳐서 얼른 피했다. 알고 봤더니 따로 시험을 시작하는 시각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그냥 접수하는 대로 와서 원서를 내고, 자리를 배정받아서 시험을 보고 자유롭게 나가면 되는 식이었다.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데, 문제를 다 풀고 제출 버튼을 클릭하면 바로 점수가 나와서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다. 전날 기출문제를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게 풀어봤기 때문에 큰 어려움없이 97.5점으로 합격.

 3월 19일 월요일에는 미리 예약해둔대로 장내기능교육을 받았다. 장내기능검정의 내용은 시동을 걸고 전조등, 방향지시등, 와이퍼를 한번씩 조작한 다음 5분안에 50m를 직진하면 합격이다. 중간에 돌발상황에서 2초안에 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해서 비상등을 켜야되는 과제가 있긴 하다. 매우 간단하다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 2시간 동안 저것만 연습하고 학원 안을 몇 바퀴 돌아본게 운전경험의 전부인 사람들이 바로 도로로 나가서 주행 교육을 받게 된다. 도로주행교육을 신청할때 왠만하면 보험을 들도록 하자.

 장내기능검정은 이렇게 쉽기 때문에 100점으로 합격했고, 바로 사무실로 갔는데 주말을 제외하면 그 다음 주 수요일인 3월 28일이 가장 빠르게 도로주행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날이었다. 너무 배운게 없었기 때문에 한 주 동안 혼자 인터넷 검색으로 운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수요일. 강사를 만났는데, 매우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운전 면허를 따러 온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고 조작이 서툰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르게 가르쳐주는 것이 없었다. 첫 날은 그나마 뭔가 설명해주더니 둘째날 부터는 도로주행 연습하는 시간 동안 묵음 버튼이라도 눌러놓은 줄 았았다. 게다가 1시간 끝나고 쉬다가 다시 차에 왔더니 옆좌석에서 자고 있고... 어쨌거나 총 6시간 동안 2개의 코스를 6번 정도씩 돌아본 거 같다. 한바퀴 돌면 꼭 한 번씩은 시동을 꺼트리거나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있어서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어서 몇 시간 추가교육을 받고 시험을  볼까 하다가 그냥 검정 신청을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가능한 날짜가 다음 주 금요일인 4월 6일!

 6시간 밖에 안타봤는데 일주일 후에 시험이라니!

창구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신청을 했는데 일주일 후라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해야되나 또 혼란스러워졌다. 그런데 딱히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접수를 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차문을 열고 앉아서 의자를 조정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차에서 내릴 때까지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검정코스 약도를 두고 책상에 앉아서 연습했다. 예를 들어 기어 변속이라면 '엑셀에서 발 떼고, 클러치 깊숙히 밟은 상태로 기어 바꾸고 클러치 발 떼고 다시 엑셀을 밟는다'라고 머리에서 생각하고 몸으로 직접 해보는 식이었다.

 그리고 4월 6일 금요일 시험 당일, 시험 시작 시각은 오후 4시35분이었다. 집에서 여유있게 일찍 출발하여 4시가 조금 넘어 학원에 도착했다. 길고 좁은 보행자 통로를 지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대기실 2층에 들어갔다. 벽에 면허 종류에 따라 미리 추첨된 시험코스가 적혀있길래 마지막으로 약도를 확인하면서 앉아있었다. 잠시후 약간 마르고 잘생긴 젊은 시험감독관이 들어오더니 응시인원을 파악하고, 시험시 주의사항이라든지 팁을 알려주면서 시간을 보내다 마지막에 배정된 차량 번호를 알려주었다. 한 명은 바로 운전석에 앉아서 시험을 보고 감독관이 조수석에 타고 다른 한 명은 뒷좌석에 동승하는 형태였는데 난 바로 운전을 하게 되었다. 보통 실기시험을 보면 긴장해서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곤 하는데 이날은 그러지 않았던 걸 보면 무의식 중에 자신감이 좀 있었던 듯 하다.

 교육받을 때 타던 차와 다른 차여서 그런지 기어나 페달 조작감이 좀 달라서 처음에 약간 위기가 있었다. 우회전하면서 학원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좌측에서 오는 차량만 보다가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사람을 늦게 봤는데 순간적으로 오른발이 브레이크를 못찾다가 급제동하는 바람에 실격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감점만 받고 넘어갔다. 이후에 안정을 찾고 무사히 코스를 돈 다음 학원 들어오는 오르막에서 시동을 한 번 꺼트려서 또 위기가 찾아왔지만 다행히 시동을 걸고 출발을 잘해서 학원에 들어온 뒤 평행주차 한 번 해주고 무사히 합격했다. 감독관이 기어변속 조작이 다소 미숙했지만 교육 시간이 짧으니 어쩔 수 없는거고 조금만 더 자신감있게 운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뒤이어 시험을 봤던 여성은 처음부터 같이 탄 나와 감독관을 불안하게 하더니만 결국 반도 못가서 실격되고 감독관이 운전을 해서 곧바로 학원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해주는데 나를 담당했던 도로주행 강사보다 훨씬 친절하게 가르쳐주더라. 학원으로 돌아와서는 신분증을 돌려받고, 간단한 설문 하나를 마친 다음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이후 학원에 와서 원서를 받아 면허시험장에 제출하면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감

 학원에 가는 시간 이외에도 본인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가져야 짧게 줄어든 필수교육시간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학원만 믿고 교육시간 끝났다고 시험 바로 보면 도로주행에서 떨어지기 십상. 실제로 내가 갔던 학원의 최근 합격률은 30%(1종 보통) 정도 되는 듯 했다. 검정료와 추가교육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면허를 따기로 마음먹었다면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예전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면허를 땄다고 해서 곧바로 운전하고 다니기에는 큰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운전면허 취득 절차
학과교육 5시간 - 학과시험 - 장내기능 교육 2시간 - 장내기능 시험 - 연습면허 발급 - 도로주행 교육 6시간 - 도로주행시험

 총비용

 학원수강료 (학과교육 5시간 + 장내기능교육 2시간 + 도로주행교육 6시간)로 356,000원

 학과시험, 장내기능, 도로주행기능검정료로 92,000원

 그 외 몇천원씩 했던 인지대, 보험료, 신체검사비 등등이 2~3만원 정도 들었으니 총 50만원 가까이 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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