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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이 지금 볼 만한 가치가 있을까?

by Junhyeok 2020. 9. 8.

 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져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 동안 손대기 어려웠던 드라마나 영화 시리즈를 보게 되었고 최근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2주동안 정주행해서 감상했다. 그냥 시리즈라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을테니 간단히 소개하면 1977년 ~ 1983년에 개봉한 오리지널 시리즈 3편, 1999년 ~ 2005년에 개봉한 프리퀄 시리즈 3편, 2015년 ~ 2019년에 개봉한 시퀄 시리즈 3편이 있고, 스핀오프로 2016년, 2018년에 나온 영화가 2편 더 있다. 이 중에 2018년에 개봉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제외하고 10편을 보았고, 모두 첫 감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스타워즈를 보지 않았지만 한번 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의 소중한 20시간을 다른 일을 하는데 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특수효과는 개봉당시에는 대단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그다지 사실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자주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외형은 성인보다는 아동 취향에 맞을 디자인이라 몰입에 방해된다. 그리고 장난감처럼 뿅뿅거리는 블래스터 소총은 물리적인 파괴력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적군이 그렇게 쏴댈때는 파편하나 튀지 않으면서 필요한 부분에서만 문이나 벽 따위를 날려버려서 전투에서 현실감이나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또 세계관 내에서 중요한 여러가지 설정들을 별다른 설명없이 툭툭 던지고 지나가는 것도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다. 예를 들자면 시리즈를 통틀어서 자주 나오는 보호막이라는 장치도 사람이나 다른 물체는 얼마든지 통과하는데 총이나 함선의 레이저 공격만 막아줄 때도 있고, 로그 원에 나오는 것처럼 아예 모든 것의 통과를 막는 것도 있는데 전투의 양상, 승패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별다른 설명이 없다. 그래서 '에피소드5 - 제국의 역습'에서는 보호막이 처진 행성을 우주에서는 공격할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뜬금없이 제국의 지상군이 호스행성으로 내려가서 보호막 발생기를 파괴하려고 전투를 벌이는데 '보호막이 있다면서 저기는 도대체 어떻게 내려간거?'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고,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드로이드들이 그냥 보호막을 걸어서 통과하는 걸 보면서 원래 그런가보다하고 받아들이면 '로그 원'에서의 스카리프 전투에서는 보호막 때문에 행성에 진입을 할 수 없어서 보호막을 치고 있는 우주 정거장을 공격하는 걸 보고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예로는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을 들 수 있는데, 초반에는 공화국에 이렇다할 정규군이 없어서 제다이들이 힘들다고 징징대고 있다. 그러다가 오비완 케노비는 우연히 카미노 행성에서 비밀리에 클론 트루퍼 부대가 양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과거에 사이포 디아스라는 한 번도 등장하거나 언급된 적이 없는 제다이 기사가 주문을 했다는 사실이다. 몇 십만이나 되는 복제인간 군대를 비밀리에 양성하는데 그 비용은 어떻게 댄건지, 그리고 사이포 디아스는 10년 전에 죽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군대를 키우고 있는 카미노 행성의 수상도 이해가 되지 않고, 영화 마지막 전투에서 클론 트루퍼들은 왜 갑자기 공화국편에 서서 제다이들의 작전 지시를 받으며 주인공들을 구출하고 드로이드 부대와 싸우는지 단 1초의 설명도 없다. 

 추가로 클론 트루퍼들의 유전자 제공자인 장고 펫이라는 암살자 캐릭터도 묘사가 부족하다. 엄청난 수로 양산될 클론 트루퍼의 유전자 제공자라면 굉장히 뛰어난 능력자일텐데, 파드메 아미달라의 살해의뢰를 받고 자신이 파드메가 있는 행성까지 가서 굳이 다른 암살자에게 재하청을 줘서 실패를 하지 않나,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과는 대등하게 싸우더니 마지막 지오노시스 전투에서는 허무하게 죽지를 않나. 너무 허무하게 죽어서 왜 그런지 찾아보니 제트팩이 고장나서라는데, 그 장면을 다시 찾아봐도 짧은 시간에 제트팩으로 피하려고 했는데 고장나서 그러지 못했다는 걸 관객에게 인지시켜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출이었다.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는 꼬마 아나킨이 포드 레이스(애당초 포드 레이스 부분을 왜 이렇게까지 비중을 두고 찍었는지도 모르겠지만)에 나서는데, 경주에 나가기 위해서 포드를 정비하는 장면에서 자자 빙크스가 공구하나를 기체에 떨어뜨리는데 꼭 경주에서 중요한 고장을 일으킬 것처럼 연출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인과관계가 중요한 부분은 대충 넘어가고 별 필요없는 부분을 길게 늘어뜨려서 보여주는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나 보고난 후에 내가 놓치거나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지 계속 찾아보게 만든다. 

 만들어진지 오래된 오리지널 시리즈나 연출력이 형편없다고 하는 조지 루카스가 직접 감독한 프리퀄 시리즈를 어떻게든 봤다면 이제는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시퀄 시리즈를 봐야하는데,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나마 볼만했던거 같다. 물론 시퀄 시리즈도 까야될 부분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전작들에서는 행성을 파괴하는 무기를 가동하기 위해서 크기가 작은 위성이나 행성 정도 되는 데스스타 같은게 필요했는데 갑자기 그런 무기를 가진 전함이 수백척 등장하는 장면 등.

 아홉 편의 영화를 고통스럽게 보고난 뒤 마지막으로 본게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다. 영화의 시점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1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직전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이해가 되면서 전작들의 설정 구멍도 메꿔주고 (예를 들면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에서 데스스타는 왜 그렇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 마지막 전투의 긴박감과 비장한 분위기 등. 로그 원은 한 편만 보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영화라고 본다. 

 결론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한 편만 보세요. 보고나서 재미있으면 '스타워즈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 (1977)로 이어서 보면 됩니다. 프리퀄 시리즈는 최악입니다. 어떻게 흥행에 성공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영화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보고 싶다면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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