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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수색대 전역자가 본 OCN 드라마 써치

by Junhyeok 2020. 10. 29.

 평소 국내 제작 영화, 드라마는 잘 챙겨보지 않는 편이다. 드라마의 경우 초반에는 꽤나 흥미있는 소재에 높은 수준으로 촬영, 편집되었다가도 뒤로 갈수록 방영일정에 쫓겨 스토리는 뻔해지고 영상미도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기승전 남녀 커플만들기도 한 몫하고. 그래서 엄청난 화제작이라도 방영할 때는 보지 않다가 완결된 다음에도 평이 좋은 작품을 골라보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전방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한 밀리터리 스릴러 드라마 써치의 주연 배우들이 홍보차 출연했길래 과연 어떨까 궁금해서 4화까지 시청해보았다. 본격 감상평을 적기 전에 본인은 3사단 수색대대에서 24개월 복무하고 전역한 민방위 대원임을 밝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우리나라 군대의 현실과 전투장면, DMZ에 대한 고증이 너무 너무 현실성이 없다. 거의 한 장면마다 깔만한게 나와서 얼마나 적어야할지 난감할 정도인데...

  •  일단 1화부터. 폭염으로 훈련을 중단할 정도의 날씨인데 병사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주인공 용동진 '말년' 병장의 체력이 뛰어남을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긴 설명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상황.
  •  다음 97년 DMZ내에서의 귀순자 유도 상황. 긴박한 상황인데 북한군은 건달처럼 건들거리며 걸어오고 양측이 은폐엄폐도 없이 그냥 전신을 드러내놓고 서있다. 거기다 아군이 앞뒤로 엇갈려 서있어서 같은 편이 맞을 위험이 큰데도 불구하고 사격을 시작하고, 한국군이 숫자가 훨씬 더 많고 선제 공격까지 했는데 양측 군대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어 보인다.
  • DMZ내에서는 지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수색로로만 다니고, 수색로는 휴전선에서 한참 떨어져있다. 그래서 숲속도 아니고 개활지에서, 매복한 것도 아닌데 다수의 북한군이 갑자기 나와서 귀순자를 사이에 두고 우리군과 마주칠 확률은 0, 타겟을 잡겠다고 군인들이 사방으로 미친듯이 뛰어다닐 가능성도 0, 그렇게 돌아다니다 북한군을 마주칠 확률도 0, DMZ 내에서 총 한방이라도 쏘면 전군이 난리가 날건데 타겟을 잡겠다고 총을 난사 (탄창에 30발 밖에 안들어가는데 무제한으로 쏘네?)
  • 용동진이 아무리 말년병장이라지만 계속적으로 특수부대 대위한테 말대꾸하거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태도다. 내가 복무할 때는 수색대대에 정기적으로 특수부대원들이 와서 같이 DMZ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는데 실제로 보면 일반 병사들 기선제압은 계급장 떼면 더 잘할 거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기운이 있음.
  • 통문을 통해서 철책선 너머 DMZ로 들어가는 일은 당연하게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미리 계획된 작전에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서 수색이나 매복에 들어갈 인원이 아프거나 다른 이유로 투입이 불가능할 때 대체 인원을 넣는 것도 어려운데, 손예림 중위는 용동진 병장이 위험에 빠진 걸 직감하자 바로 짜잔하고 나타나서 구해주는데,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 좀비가 나무 위에서 뛰어다니거나 물 밖으로 튀어나와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의 연출 같은 건 어차피 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니 그냥 넘어가주고 싶지만 CG 수준이 떨어진다는 한마디는 해야겠다.

 비슷하게 수색대와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 GP506이나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수색대를 다룬 알 포인트 같은 경우 현역시절에 보면서도 수색대에 대해서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놀랐었는데, 써치는 그냥 평행세계 한국군이라고 보는게 속편할 듯. 10부작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봐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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