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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또 다시 패한 레알 마드리드

by Junhyeok 2012. 1. 19.


 새벽에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코파 델레이 8강 1차전 경기가 있었다. 무리뉴 감독 부임후 벌써 9번째 맞대결. 지난 8번의 경기 결과가 1승 2무 5패였던 것을 생각하면 마드리드가 1승 정도 따라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를 차지했다. 이쯤되면 레알 선수들에게는 바르셀로나가 벽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도 경기 전의 상황을 살펴본다면 레알 마드리드에게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메시의 컨디션 하락세가 심상치 않아 보였고, 동적인 스타일의 공격수 다비드 비야와 페드로가 부상으로 빠져있었다. 반면에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 5점차로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홈에서의 경기였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로서는 부담스러운 경기였을 것이다. (물론 디 마리아, 케디라, 아르벨로아 등이 빠지는 등 악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경기 내용 요약

 어쨌든 경기는 시작되었고, 최근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호날두는 시작부터 전력질주와 적극적인 태클을 해주면서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전반 10분경 역습상황에서 벤제마의 스루 패스를 받아 언제나 자신의 앞을 막아온 피케를 따돌리며 과감한 왼발 슛팅을 날렸고, 이것이 백업 골키퍼 핀투의 다리 사이로 빠지면서 선제골이 되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의 호날두지만 그동안 마음의 짐이 없지는 않았었는지 세레모니에서 정말 좋아하는게 보였다.


 하지만 역시 바르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미드필더에서 중앙으로 절묘하게 넣어주는 로빙 패스나 2:1 패스, 측면 돌파 등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 시간동안 레알이 보여준 건 슛까지 이어지지 못한역습 한 차례와 라모스의 부정확한 롱패스 뿐으로 카시야스의 선방과 골대 행운이 아니었다면 역전이 되고도 남았을 경기 내용이었다. 전반전은 1:0으로 앞선채 마쳤지만 이대로 레알이 경기를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

 아니나 다를까 후반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은 코너킥 상황에서 푸욜이 멋진 다이빙 헤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54분과 57분에는 바르셀로나와 레알이 각각 골대를 한번씩 맞추면서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바르셀로나가 평소처럼 공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위협적인 공격을 하더니 결국 76분,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메시의 로빙패스와 아비달의 마무리로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을 다시 한번 흔들어주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또 다시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 페페가 메시의 손을 고의로 밟는 등 또 다시 거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나버렸다.

바르셀로나를 이기려면?

 이 날 경기의 점유율은 27:73으로 수비에 치중하는 선수 구성으로는 바르셀로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가 아닌가 싶다. 무리뉴 감독은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트리보테 카드를 꺼냈는데, 이런 구성은 힘들게 뺏은 공을 너무 쉽게 뺏겨버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즉, 거친 압박으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실수를 좀더 유발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에게 공이 왔을 때 소유권을 유지하고 공격으로 연결시키는데는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다.

 더 이상 나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니 이제는 다른 시도를 해보는게 어떨까? 좀더 기술적인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을 배치해서 점유율을 높이고 대등한 경기를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가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처럼 선수비 후역습의 전략으로는 이기기 어렵다는건 이미 증명된 것과 마찬가지지 않은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좀더 자신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공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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