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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외국인 선수 제한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성적?

by Junhyeok 200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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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 FIFA 회장

  이전 포스팅 중 G14에 대해서 얘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갈수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좋은 선수들을 싹쓸어가는 G14을 견제하고자 블래터 FIFA 회장은 “모든 유럽 클럽들의 선발 출전명단에서 외국인선수들을 5명 이내로 제한하자”라고 했고,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아스날 같은 클럽은 15살 가량의 어린 유망주를 돈으로 빼돌리는 게 어렵지 않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클럽들은 빅클럽의 유망주 양성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발언들이 제가 보기에 다소 엉뚱한 곳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잉글랜드의 감독과 선수들이 그 원인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지목한 것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많아 자국 선수들이 뛸 기회가 적어지고 그 결과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가 나타났다는 주장입니다.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근거나 논리가 불충분한 것 같아서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FIFA
Ranking
Zonal
Ranking
National Team League
Coefficients
League
3 1 Italy 1 Spain
4 2 France 2 England
5 3 Germany 3 Italy
6 4 Spain 4 France
7 5 Netherlands 5 Germany
8 6 Portugal 6 Portugal
9 7 Czech Republic 7 Romania
10 8 Croatia 8 Netherlands
11 9 England 9 Russia
12 10 Romania 10 Scotland
13 11 Scotland 11 Ukraine
14 12 Greece 12 Belgium
16 13 Russia 13 Czech Republic
20 14 Poland 14 Turkey
21 15 Norway 15 Greece
22 16 Ukraine 16 Bulgaria
24 17 Sweden 17 Switzerland
27 18 Serbia 18 Norway
28 19 Turkey 19 Israel
29 20 Denmark 20 Serbia

  위의 표는 피파랭킹에서 유럽국가 상위 20위[각주:1]와 UEFA 리그 지수[각주:2](각 리그가 챔피언스 리그나 UEFA 컵에 몇 팀을 내보낼 수 있는지 결정하는 지수)를 함께 표시한 것입니다. 파란색은 대표팀 랭킹과 리그 랭킹 모두 20위안에 든 국가입니다. 총 16개 국가가 두 가지 지표에서 동시에 20위안에 들고 있어서 좀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좋은 리그를 가진 국가가 대표팀 성적도 좋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도 대표팀 순위와 리그 순위가 3계단 이상 차이 나는 국가는 16팀 중 5팀에 불과합니다. 피파랭킹은 매달 순위변동폭이 비교적 큰 것을 고려한다면 꽤 상관관계가 높다고 생각됩니다.(통계 전문가가 아니라 잘못된 분석일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는 기량이 우수한 선수를 데려온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조치가 리그의 수준을 낮출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잉글랜드 선수가 거의 없는 아스날은 주전 선수 절반 이상을 교체해야 합니다. 당연히 경기력이 떨어지겠죠.) 위에서 내린 '좋은 리그를 가진 국가가 대표팀 성적도 좋다'라는 결론과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조치가 리그의 수준을 낮출 것이다'라는 결론을 받아들인다면 대표팀 성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국 선수에게 뛸 기회를 주어야 기량이 향상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맞는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프랑스나 네덜란드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두 나라는 대표 선수 중 절반 이상이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즉, 잉글랜드 선수들도 얼마든지 다른 나라로 진출할 기회가 있습니다. 물론 기왕이면 수준 높고 익숙한 자국에서 뛰는 게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뛸 기회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유아적 태도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높은 팬들의 기대치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데 한 몫 하지 않았나 합니다. 팬들의 비난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잉글랜드는 물론 전통의 강팀이긴 하지만 최고의 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씩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국제대회 성적을 봐도 자국에서 개최한 66년 월드컵 우승 외에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유로 96에서 각각 4강에 든 게 최고 성적입니다. 98년 네덜란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스페인의 16강 탈락, 2002년 프랑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16강 탈락 등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강팀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여준 경우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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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선수

  지난번 안정환 선수 사건이나 이번 기성용 선수 사건 같은 경우를 보고 있노라면, 축구 자체를 즐기는 팬보다 특정팀, 선수의 팬들이 훨씬 많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자책골 넣었다고 총 쏘는 남미나, 다른 나라에 가서 난동 부리는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 팬들은 얌전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외국인 선수 제한에 반대입니다. 사실 잉글랜드 대표팀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좋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클럽의 경기를 보는 게 재미있으니까요.


  1. 2007년 9월 순위 [본문으로]
  2. 2007년 순위. 08/09시즌에 적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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