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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민중에 대한 정치교육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2. 7.
  학자들이 정리한 정당의 기능 중에 '민중에 대한 정치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구체적으로 '정당은 국민들에게 정책의 의의를 설명하며, 그들의 관심을 정치에다 집중시키며, 그들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정치적 활동에 참여케 하는 기능을 한다.'라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단어 몇 개의 조합, 한 두 문장으로 만들어진 구호가 곧 이미지화되고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자면 '경제 대통령', '무능한 민주화 세력보다 부패한 산업화 세력이 낫다', '잃어버린 10년' 같은 걸 들 수 있는데, 이렇게 짧은 몇 마디가 지금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렇게 히트를 쳤던 말이 몇 가지 있었다. 전국민의 분노를 샀던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부터 노태우의 '보통 사람', 김영삼의 '갱제를 살립시다', 노무현의 '그럼 지금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등등.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전부 꼼꼼히 따져볼 여유가 없다. 뭐 정말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바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피곤하고 귀찮고, 꼼꼼하게 들여다봐도 나한테 당장 돌아오는게 없으니,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을거다. 새벽에 나가야 되는데 밤늦게 하는 TV 토론을 과연 볼까?

  '경제 대통령'이라고 하니까 뽑아만주면 뭔가 마법처럼 잘살게 될거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근데 과연 그럴까?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경력이 현대 계열사들 사장했다는건데, 사실 난 이명박 서울시장 하기전까지 이름도 못들어봤다. 무식하다고 그러면 할 말 없지만, 지금 당장 현대 계열사 사장들 중에 이름 아는 사람 대보라면 막상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CEO 출신이라고 대통령되서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미국은 빌게이츠가 대통령하고, 한국은 이건희가 대통령 해야되는거 아닐까?

  또하나. 모두들 서민, 서민을 외치면서 여러가지 감세 및 복지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 과연 예산은 어디서 충당할까? 문국현 후보의 홈페이지에 보면 교육 예산을 GDP 대비 최소 7%로 올리겠다는데, 현재 교육 예산이 4.3% 30조 정도라는걸 생각해보면 수시조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일까? (건설부패 척결하면 70조가 생긴다는데, 솔직히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고 있다.) 내 생각에 후보들은 공약과 같이 가상의 예산안을 짜서 공개해야 할 것 같다.

  경제 성장률에 대한 공약을 들어보면 더욱 현실감이 떨어진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있다. '7% 경제성장은 규제완화, 감세, 공공개혁과 과학기술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기업활동 분위기를 쇄신하고, 특히 친기업적인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살리기 분위기가 더욱 좋아져 7%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과거에는 규제가 적어서 고성장을 했던가? 오히려 정부가 주도해서 기업을 움직였던걸로 배웠는데...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부자들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인상을 분명히 심어준 3가지. 100분 토론 때였는데 종교인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때, 실제 과세 대상이 될만한 소득을 올리는 종교인은 5% 정도이므로 굳이 법으로 세금을 물리기보다 자진해서 기부하거나 그런 쪽이 좋을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잘사는 상위 5%를 봐주겠다는 말이다. 종교계의 표를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부동산과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이유는 좋은 집과 학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역시 해결책은 좋은 집 많이 짓고, 자율형 사립고인지 특목고인지 아무튼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자면 부자의 편에 서서 정책을 만들고 후에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구색 맞추기로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표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가졌으니까)

  사실 후보들의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들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됩니다'라는 정도만 써놔서 과연 그게 명확한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갖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많드는 내용이 많다. 구체적인 수치들은 믿지도 않고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누구를 위해서 생각해낸 정책인지 느낌은 알 수 있다. 부자 중심의 정책을 펼쳤는데 서민까지 잘 살게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민 중심의 정책을 펼쳤을때 서민이 잘 살게 될 확률이 높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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