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터 FIFA 회장
그런데 최근 이런 발언들이 제가 보기에 다소 엉뚱한 곳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잉글랜드의 감독과 선수들이 그 원인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지목한 것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많아 자국 선수들이 뛸 기회가 적어지고 그 결과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가 나타났다는 주장입니다.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근거나 논리가 불충분한 것 같아서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FIFA Ranking | Zonal Ranking | National Team | League Coefficients | League |
3 | 1 | Italy | 1 | Spain |
4 | 2 | France | 2 | England |
5 | 3 | Germany | 3 | Italy |
6 | 4 | Spain | 4 | France |
7 | 5 | Netherlands | 5 | Germany |
8 | 6 | Portugal | 6 | Portugal |
9 | 7 | Czech Republic | 7 | Romania |
10 | 8 | Croatia | 8 | Netherlands |
11 | 9 | England | 9 | Russia |
12 | 10 | Romania | 10 | Scotland |
13 | 11 | Scotland | 11 | Ukraine |
14 | 12 | Greece | 12 | Belgium |
16 | 13 | Russia | 13 | Czech Republic |
20 | 14 | Poland | 14 | Turkey |
21 | 15 | Norway | 15 | Greece |
22 | 16 | Ukraine | 16 | Bulgaria |
24 | 17 | Sweden | 17 | Switzerland |
27 | 18 | Serbia | 18 | Norway |
28 | 19 | Turkey | 19 | Israel |
29 | 20 | Denmark | 20 | Serbia |
위의 표는 피파랭킹에서 유럽국가 상위 20위와 UEFA 리그 지수 1(각 리그가 챔피언스 리그나 UEFA 컵에 몇 팀을 내보낼 수 있는지 결정하는 지수)를 함께 표시한 것입니다. 파란색은 대표팀 랭킹과 리그 랭킹 모두 20위안에 든 국가입니다. 총 16개 국가가 두 가지 지표에서 동시에 20위안에 들고 있어서 좀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좋은 리그를 가진 국가가 대표팀 성적도 좋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도 대표팀 순위와 리그 순위가 3계단 이상 차이 나는 국가는 16팀 중 5팀에 불과합니다. 피파랭킹은 매달 순위변동폭이 비교적 큰 것을 고려한다면 꽤 상관관계가 높다고 생각됩니다.(통계 전문가가 아니라 잘못된 분석일지도 모릅니다.) 2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는 기량이 우수한 선수를 데려온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조치가 리그의 수준을 낮출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잉글랜드 선수가 거의 없는 아스날은 주전 선수 절반 이상을 교체해야 합니다. 당연히 경기력이 떨어지겠죠.) 위에서 내린 '좋은 리그를 가진 국가가 대표팀 성적도 좋다'라는 결론과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조치가 리그의 수준을 낮출 것이다'라는 결론을 받아들인다면 대표팀 성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국 선수에게 뛸 기회를 주어야 기량이 향상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맞는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프랑스나 네덜란드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두 나라는 대표 선수 중 절반 이상이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즉, 잉글랜드 선수들도 얼마든지 다른 나라로 진출할 기회가 있습니다. 물론 기왕이면 수준 높고 익숙한 자국에서 뛰는 게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뛸 기회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유아적 태도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높은 팬들의 기대치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데 한 몫 하지 않았나 합니다. 팬들의 비난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잉글랜드는 물론 전통의 강팀이긴 하지만 최고의 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씩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국제대회 성적을 봐도 자국에서 개최한 66년 월드컵 우승 외에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유로 96에서 각각 4강에 든 게 최고 성적입니다. 98년 네덜란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스페인의 16강 탈락, 2002년 프랑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16강 탈락 등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강팀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여준 경우는 많습니다.
기성용 선수
그래서 저는 외국인 선수 제한에 반대입니다. 사실 잉글랜드 대표팀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좋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클럽의 경기를 보는 게 재미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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