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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브랜드 파워, 관성, 매너리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2. 19.

윤동주가 자신의 시에서 풍화라는 단어에 만족하지 못했듯이 나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제목인데, 일단 그냥 쓴다. 나중에 적당한게 생각나면 바꿔야지.

물리학에는 관성이란게 있다. 현재의 운동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힘. 사람의 행동도 비슷한 면이 있다. 첫인상이 오래가고, 어떤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면 좀처럼 새로운 방법을 배우려하지 않고, 신곡이 나왔다는데 왠지 지난 앨범들과 비슷하게 들리고. 매너리즘이라고도 하던가?

이런 행동양식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선택을 할때가 아닐까? 특히 물건을 살 때는 브랜드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축구화만 사고 좀처럼 다른 브랜드의 축구화를 신어보려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모든 전자제품은 삼성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합병했지만) 한 때 AMD와 ATI가 각각 Intel과 Nvidia보다 좋은 제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시장 점유율면에서는 늘 펜티엄과 지포스가 1위였다. 강호동의 1박2일에서도 노인분들에게 밥얻으러가면 다른 연예인은 다 몰라도 강호동만은 이름도 알고 반가워한다.

이명박 후보의 1위 독주나 뒤늦게 뛰어든 이회창 후보의 선전도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어차피 대다수의 국민들은 후보들의 공약에는 관심이 없고 이름이 얼마나 익숙하냐로 결정하는듯 하다. 하드웨어 매니아가 아닌 이상에야 이 부품 저 부품 다 따져서 조립하지 않듯이 정치에 왠만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야 그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다 챙겨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TV토론 정도 챙겨보면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 내가 본 바로는 6명의 후보가 참여한 토론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이번 선거판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두 가지 힘은 현정부에 대한 실망과 이명박+한나라당의 인지도 두 가지다. 분위기상 내일 내가 누구한테 투표하든 이명박이 될거 같다. (전두환에서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97년과 02년의 선거 결과가 놀라운 따름. 사실 그나마 가능성있는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삶이 결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볼 때는 이제 신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 보수적 정당이고, 민주냐 반민주냐 이런 이념 논쟁도 의미를 상실했고, 남은건 지역 감정으로 누가 정권을 차지하냐 싸움뿐이다. 보나마나 인구면에서 압도적인 한나라당 승리지만.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나야 진정한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이루어질까?(분배론과 성장론의 대결을 이야기하는거다.) 뭐 요새도 지나다니며 간간히 빨갱이라는 단어를 듣고 좌파=친북이라는 등식이 통하는거보면 너무 이른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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