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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호모 코레아니쿠스』진중권

by Junhyeok 2009. 10. 30.
  동생이 얼마 전에 주문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도 내 스타일은 아니라는 느낌이 왔지만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책이다. 한국인의 습속을 파헤친다면서 시대와 동서양을 넘나들며 들춰내는 사례들에 압도되고 설명은 생략한 채 쏟아내는 그들만의 언어(시뮬라크르, 하비투스, 메트릭, 테크네, 푸트리스모 등)는 이런 방면으로 사전지식이 없던 나에게는 불편하기만 했다. 중간중간 날카롭게 꼬집어낸 한국인의 특징, 비교적 최근의 사회현상들에 대한 평가 같은 부분이 없었더라면 다 읽지 않고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친절한 책이 아니다. 저자가 드는 수많은 예와 그것에 대한 평가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들도 있고 비약이 심하다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떤 사실에 대해서는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만 남긴채 다른 면은 다 지워버리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일전의 TV토론에서 '머리에 삽 한 자루만 들어있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무지에서 나오는 말이겠지만 학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논리적인 이론과 그 이론간의 체계적인 연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걸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누가 상황에 잘 들어맞은 예를 많이 제시할 수 있느냐의 싸움일뿐.

  이미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이미지는 '미녀들의 수다 교수버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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