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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경제학의 향연』폴 크루그먼 - ②

by Junhyeok 2009. 10. 5.
지난 포스팅에서 예고한대로 이번에는 감세가 경제의 성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장된 보주주의 경제학 이론-래퍼 곡선-과 이것을 현실 정치로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의 향연』에서 발췌한 부분부터 보자.
 
  교수는 대개 다른 교수들을 위해 글을 쓴다. 만일 우연한 기회에 대중 일반을 대상으로 글을 쓰게 되기라도 한다면, 누구나 알기 쉽게 간명하게 쓸 수 있다고 해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항상 동료들의 반응에 신경을 쓰고, 그러다 보니 듣기에는 좋지만 그 자신과 동료들이 틀린 것으로 알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고 만다. 교수의 말은 아무리 간단한 말에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책 기획가는 오로지 일반 독자만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글은 교수들과 같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교수들이 불확실해 하는 지점에서 오히려 명확한 처방을 제시하며, 또한 교수들이 쉬운 답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오히려 쉬운 답변을 제시한다.[각주:1]

  정치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러한 기획가들이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그들은 교수들보다 월등하게 이익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비전을 원천적으로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경제 난국의 시기에 마법 회생의 비법을 알고 있다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그리고 교수들이 교수직의 긍지나 동료 간의 의견 불일치 문제에 걸려 망설이는 데 비해 정책 기획가들이 그런 문제에 얽매일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각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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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는 인터넷 어딘가에서부터...

  현 정부가 '감세는 경제를 활성화시켜줄 것이다'라는 주장의 이론적 배경에는 공급중시론(공급주의)이라는 것이있다. 그중의 핵심은 래퍼곡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는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래퍼 곡선을 검색한 결과다.

미국의 경제학자 A.B.래퍼가 제시한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 세율이 영()일 때에는 세수도 영이 되나 세율이 100%일 때에는 누구라도 소득을 얻기 위한 활동을 거부하기 때문에 세수도 영이 된다. 래퍼곡선은 중간에 세수가 극대()로 되는 점(이를테면 50%의 세율)이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감세정책()은 당시의 미국이 이미 래퍼곡선의 상반부()가 넘는 위치에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래퍼곡선은 실증적() 연구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사고()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크루그먼의 견해로 보자면 래퍼 교수는 진지한 경제학자라기보다 정책기획가쪽에 훨씬 가까운 인물이다. 그리고 래퍼 곡선 또한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지 실제 정책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미국의 세율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을 받아들였졌던 것은 레이건의 개인적인 경험 덕분이었다.

  레이건 자신이 래퍼곡선을 경험했다고 한다. 레이건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즐겨하곤 했다. "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는 영화제작 사업으로 돈을 벌고자 했다. 전비 조달을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이 90%까지 올라 있던 때였다. 당시 영화를 네 편만 만들면 최고 소득세율을 내야 했다. 그 때문에 우리 모두는 영화 네편만을 만들고 작업을 중단한 채 시골로 내려가야 했다." 높은 세율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덜하게 만들과, 낮은 세율은 일을 더하게 만든다. 레이건 자신이 경험했던 일이다.[각주:3]

  스웨덴 정도라면 이 이론이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아바같은 가수나 이케아 같은 기업은 높은 세금 때문에 다른 나라로 옮겨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도의 세율에서 감세를 추진하다고 경기가 살아나고 세수까지 늘어나길 바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거기다 이런 감세의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에 돌아가면서 오히려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는 경향마저 있으며, 지금과 같이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는 시기에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면 요즘 뉴스에서 매일 보는 것처럼 재정적자의 확대를 불러올 뿐이다. 클린턴 정부가 어렵게 맞춰놓은 균형 재정상태에서 부시가 이라크 전쟁 수행과 감세로 거대한 적자 문제를 만들어낸 것을 보고도 감세를 주장하는 세력과 거기에 표를 던져준 국민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아래는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2005 CBO estimates of the effectiveness tax cuts 

In 2005, the Congressional Budget Office released a paper called "Analyzing the Economic and Budgetary Effects of a 10 Percent Cut in Income Tax Rates" that casts doubt on the idea that tax cuts ultimately improve the government's fiscal situation. Unlike earlier research, the CBO paper estimates the budgetary impact of possible macroeconomic effects of tax policies, i.e., it attempts to account for how reductions in individual income tax rates might affect the overall future growth of the economy, and therefore influence future government tax revenues; and ultimately, impact deficits or surpluses. The paper's author forecasts the effects using various assumptions (e.g., people's foresight, the mobility of capital, and the ways in which the federal government might make up for a lower percentage revenue). Even in the paper's most generous estimated growth scenario, only 28% of the projected lower tax revenue would be recouped over a 10-year period after a 10% across-the-board reduction in all individual income tax rates. The paper points out that these projected shortfalls in revenue would have to be made up by federal borrowing: the paper estimates that the federal government would pay an extra $200 billion in interest over the decade covered by his analysis.

Critics at the Cato Institute have charged that to support these calculations, the paper assumes that the 10% reduction in individual tax rates would only result in a 1% increase in gross national product, a figure they consider too low for current marginal tax rates in the United States.

  주요 내용은 2005년 미국의 의회 예산처(CBO)에서 10% 감세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가장 관대한 결과조차 정부는 10년 동안 감세한 금액의 28%만을 되찾을 수 있고 나머지는 빌려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감세가 경제를 살릴거라는 이야기는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94년의 논문에서 아시아의 고속 성장은 요소 생산성(기술 진보)의 향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요소 투입량(노동과 자본 등)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장도 곧 한계에 이르게 될거라고 지적하였다. 그의 말대로 과거에는 돈 되는 일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경제활동이든 하기만 하면 성장이 되는 시기였지만, 지금은 성장을 위해서는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시험에서 0점 받을 때에는 한 시간만 공부해도 몇 십점 씩 올릴 수 있지만 70점 받는 학생이 한 시간 더 공부한다고해서 그 정도로 점수가 향상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요소 투입량이 충분히 동원된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냐는 질문에 대한 경제학자의 답은 '잘 모르겠다'일 것이다. 높은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정치인에 넘어가지 말자.
  1. Paul Krugman, 김이수·오승훈 옮김 『경제학의 향연』, 부키, 1997, 26~27면 [본문으로]
  2. ibid., 28면 [본문으로]
  3. N. Gregory Mankiw, 김경환·김종석 옮김 『맨큐의 경제학』, 제2판, 교보문고, 2001, 190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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