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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이준구

by Junhyeok 2009. 7. 15.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경제학 이론은 잘 세워진 도미노블록과 비슷하다. 도미노 블록들을 제대로 세웠다면 첫 번째 블록을 넘어뜨리는 순간 우리는 도미노가 어떤 순서로 넘어지면서 어떤 그림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언제쯤 마지막 도미노 블록이 넘어질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경제학도 마찬가지여서 현실의 관찰을 통해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주면 논리적 추론을 통해서 어떠한 한 가지 변수의 변화-예를 들면 새로운 정부 정책의 시행-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논리적 연결이 약한 고리가 있다면 잘못 세워진 도미노가 중간에 멈추듯 잘못된 예측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경제학이 사람들 사이에 별로 인기가 없다. 아마 그 이유는 경제학적 모델을 이해하는게 만만치 않아서일거다. 경제학 교과서를 펼쳐보면 낯선 개념과 난해한 수학적 기호, 그래프가 난무하고 있다. 도미노가 차례로 넘어지는 순간을 즐기려면 긴 시간동안 블록들을 세우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계속 이어지는 논리적 고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학은 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와 같은 것이고 완성된 모델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는 일상의 언어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직접 도미노를 세우지 않더라도 가끔 TV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현상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을 위한 경제학적 분석의 글이 많이 않은 것은 단지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런 작업을 귀찮게 생각하거나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닐까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대중을 대상으로한 글을 많이 쓰는 폴 크루그먼이나 장하준 교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는 그런 면에서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하나의 주제로 연결성을 지니고 쓰여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썼던 글들을 주제별로 모아놓고 있는 형식이다. 거기에 꼭 경제학적 접근 방식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일반적인 상식에 의한 비평도 다수 있어서 읽기에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다. (내 경우엔 오히려 이 점이 마이너스였지만 말이다. 내 생각에는 주택시장과 종부세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의 글들이 가장 잘쓰여진 것 같다.)

  프롤로그의 제목이 '마지못해 사회 비평의 붓을 들다'이다. 제목처럼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원래 강의나 연구 외에 다른 곳에 글을 쓰는 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의 상황에서는 누군가 나서야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앞으로도 마지못해서라도 좋으니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한다. 지식인들이 사회비평의 펜을 놓는 순간 언제든지 다시 엉터리 논리로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항상 정책에 대해서 제대로 분석해주는 지식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준구 교수의 홈페이지 링크. http://jkl123.com/index.html
http://joons.net/tc2009-07-15T06:43:0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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