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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화폐전쟁

by Junhyeok 2009. 5. 2.

  오랜만에 읽은 경제 관련 서적이다. 한 동안 장하준과 스티글리츠의 무역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봤었고, 금융쪽으로는 거의 처음 접하는 책이기도 하다. 경제사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시작해서 금융 산업(혹은 금융 귀족)의 발달 과정을 추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책이 다루고 있는 200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수십년 주기로 몇 번의 전쟁과 몇 번의 큰 공황을 거치면 금방 현대에 이르게 된다.

  책의 초반은 로스차일드 가문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집단의 형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 과정을 읽다보니 '허생전'이라는 우리나라의 고전소설이 떠올랐다. 그들은 간단하게 부자가 되고 국가는 무기력했다... 아무튼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막강한 금융세력의 조종에 의해서 일어났다고하는 음모론적 관점에서 서술된 역사를 수백페이지 읽다보면 그 동안 내가 읽어왔던 역사책들의 분석과는 꽤 달라서 혼란스럽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제 기구들, 그중에서도 IMF와 세계은행의 사기수법(?)을 다루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부분에서 저자는 스티글리츠를 언급하고 있는데, 내가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와 그 불만"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이 국제기구들은 애시당초 세계의 금융안전과 경제발전에는 관심이 없으며 몇몇 세력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스티글리츠는 이 모든 과정에 그런 노골적 세력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그들 경제정책의 반복적 오류만을 지적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스티글리츠가 순진한건지 아니면 그런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스티글리츠가 순진했다고 결론내렸다. (물론 저자의 표현은 좀더 온건하다.)

  중반부에는 미국 달러화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FRB(미국의 중앙은행)가 그것을 사들이면서 발행하는 달러는 그 자체가 정부의 부채다. 정부는 미래의 세금으로 채권에 대해서 원금과 이자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경제는 필연적으로 통화팽창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계속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되고 FRB는 점점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챙긴다. 이 과정의 핵심은 FRB가 민간소유라는 점이다. 이 은행가들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굴러가는 자전거에 올라탄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책에서는 금융세력들이 미국에 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여러 명의 대통령을 암살까지도 불사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통화량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한다. 통화발행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를 일으켜 세계의 달러화 수요를 높였다는 주장은 꽤나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여기서 지속적인 부채증가로 인한 금융위기를 예상했던 점이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가 아닌가 한다. (위기의 진원지가된 핵심적인 기업들의 이름은 다 거론되고 있으며 거기다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앞에 나온 음모론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건전한 화폐로 '황금을 최종지불수단으로 화폐와 연동시키는'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중국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위안화를 금에 연동시켜 안정적인 화폐로 만들면서 새로운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들어 중국이 금융을 장악하고 강국이 되자는 주장이다. 안정적인 금보유량을 확보하게되면 금융투기 세력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게 핵심이었던거 같다.
 
*순수 분량만 450페이지가 넘고 각종 금융수법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읽은 책에 대해서 짧은 시간에 리뷰를 하다보니 언제나처럼 미흡한 글이 되었다. 거기다 중간중간에 예전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세종대왕은 책 한권을 100번씩 읽었다는데 홍수처럼 쏟아지는 책들에 밀려서 몇 권의 책을 봤는지 '양'에만 욕심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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