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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수용소군도 - 솔제니친

by Junhyeok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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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접했던 솔제니친의 글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짤막하게 실려있던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였다. 당시에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입시준비에 찌들어서 책을 구해서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군대를 다녀와서 정말 감탄,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뒤에 또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한 달 전쯤 NPR이라는 미국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우연히 솔제니친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고 검색해보다가 솔제니친의 대표작이라길래 읽게 된 책이다. 국내에는 88년에서야 전권이 번역되어 나왔고 가장 최신판은 95년 에 나왔다. 오래된 책이라 책값도 저렴(6000원)해서 바로 전권을 살까 생각했는데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힘들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재출간 계획도 없다고 한다. 다행히도(?) 아직 학생이라 학교 도서관에서 쉽게 빌려서 읽어 볼 수 있었다. - 사실 아직 6권 중에서 1권 밖에 읽지 못했다.

  1권에서는 주로 수용소의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끌려들어오게 되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러시아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소화하긴 힘들었지만, 그 당시의 수용소라는 것은 죄수를 사회와 격리시킨다는 의미보다는 노동력의 확보를 위해서 세워진게 아닌가 한다. 의심많고 적도 많은 스탈린이라고 하지만 단지 정치적 권력장악만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수용소로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토록 위대하다는 혁명을 통해서 이루어낸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려면 그럴싸한 성과를 보여주어야했고, 그러자면 공짜로 부릴 수 있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죄가 있건 없건, 일단 잡아들인 후 고문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낸 다음 수용소에서 10년, 20년씩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이다. 잡혀들어오는 유형이나 과정, 당시의 법률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잘못된 부대운용으로 인해 포위되어 포로로 붙잡혔다 탈출해온 병사들까지도 적의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모조리 다 수용소로 보낼 정도였던 것이다.

  1권을 읽다보면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 - 친구와의 편지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다 체포되어 형이 확정 될 때까지 이곳저곳의 감옥을 옮겨다니던 이야기 - 을 아주 상세하게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이반데이소비치 - 수용소의 하루'처럼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되는지, 얼마나 작은 부분에까지 집착하게 되는지 잘보여주면서도 당시 소련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도 놓치지 않고 조망해주고 있다. 공산주의자였다는 솔제니친이지만 당시의 체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긴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체제가 정상적이라고 옹호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면에서 당시에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공산주의자들은 과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그들의 지령을 받아들였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머지 2-6권도 부지런히 읽고 계속해서 써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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