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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앤드루 찰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10.


  두 번째로 읽게된 스티글리츠의 책이다. 2002년작인 세계화와 그 불만이 주로 금융부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2005년에 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GATT와 WTO로 이어지는 선진국들의 무역체제 장악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장하준의 책들과 거의 비슷한 관점이지만, 장하준은 과거 선진국들의 전략과 가상적인 예를 들어서 쉽게 읽혔다면 이 책은 현실의 예를 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딱딱하게 느껴진다.

  자유무역을 하자는 선진국들의 주장 뒤에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라는 강력한 이론적 배경이 있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이론이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자신들의 비교열위 분야-특히 농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대면서 보호주의를 고수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지적된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 유럽연합의 '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각주:1]같은 제안의 허구성 등을 밝히고 조정비용같은 개념을 통해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역협정이란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자유무역하에서는 양 쪽이 조금씩 이득을 보고, 양 쪽이 모두 보호무역을 한다면 둘 다 손해를 본다. 어느 한 쪽은 개방하고 나머지는 보호한다면 개방한 쪽이 큰 손해를 보고 보호를 한 쪽은 큰 이득을 본다. 엉성하지만 표로 만들어 보았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보호 자유
보호 손해, 손해 큰 이득, 손해
자유 손해, 큰 이득  이득, 이득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푸른 색에 가까워 보인다. 노란 부분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도 없다. 결국 개발도상국들의 발전 가능성은 선진국들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론이다. 현재의 체제하에서 가장 큰 이득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이득을 조금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 현실은 바뀌기 어려워보인다.
  1. 최빈국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무기를 제외한 모든 수출품에 대해 쿼터와 관세를 철폐하기로한 제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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