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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세계화와 그 불만 - 스티글리츠 지음, 송철복 옮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28.
세계화와 그 불만
8점
  얼마 전 '88만원 세대'의 리뷰를 실수로 동생 아이디로 포스팅을 해버려서 잔소리를 좀 들었다. 알라딘의 블로그 원격 글쓰기 기능을 통해서 포스팅을 했더니 미리 설정된 동생 아이디로 글이 저장된거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내 아이디를 확인하고 포스팅.

  스티글리츠는 내가 신입생 시절에 경제학 수업의 교재로 샀던 책의 저자이다. 교수님(인지 강사인지 알 수도 없던 시절)이 교재로 맨큐와 스티글리츠를 소개했는데 대부분 맨큐의 책만 사거나, 얻어서 보거나 하던 때에 뭣 모르고 혼자 그 비싼책을 2권 모두 덜컥 사버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 이 책은 2002년에 씌여졌고 우리나라에도 바로 그 해 번역본이 나왔다. 아마도 스티글리츠가 2001년 노벨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대우(?)을 받은 것이 아닌가한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미국 정부와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선진국들의 일방적인 세계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좀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프리카 저개발국, 90년대 말 동아시아, 동구권이 시장주의로 변환기,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 실패 등의 원인을 IMF의 활동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하고 있다. 약 300 페이지 이상 이런 사례들을 읽다보면 IMF의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는지에 대한 암시가 들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뒷부분에 이르면 저자는 직접적으로 IMF가 선진국 금융세력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IMF가 위기를 겪는 국가들을 상대로 금융시장 자율화 등을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주면, 하마터면 빚을 떼일뻔한 선진국의 투자자들이 재빨리 자신들의 자금을 회수하고, 결국 해당국은 자신들의 자산-예를 들면 국영기업의 민영화-을 팔아서 빚을 갚을 수 밖에 없던 사례들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일그러진 세계화를 비판하고 있다.

  장하준의 책들이 선진국 정부들의 전략 - 자국의 산업은 보호하고 외국의 무역장벽만 해체시키려는 시도 - 에 비난의 초점을 두고 있다면, 스티글리츠는 국제기구를 통한 금융세력들의 약탈에 가까운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일단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하고 위기가 찾아오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먹힐리가 없는 정책들을 후진국들에게 강요하면서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그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기득권 세력들이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경제학 이론을 가장한 음모를 통해서 더 큰 이득을 추구하는 과정을 잘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좀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대학의 경제학 입문 교과서를 읽거나 혹은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경제학 수업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거시경제 변수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다음에 읽을 책은 역시 스티글리츠의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이다. 2005년작으로 우리나라에는 작년에 번역본이 나왔다. 번역이라니까 생각났는데 책의 점수를 별 4개로 정한 것은 번역의 영향이 컸다. 원문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원래 어떤 문장이었는지 알 것 같은 번역에다 결정적으로 노벨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의 이름을 코아제라고 적는 실수까지 보였다. 혹시 "Coase"를 코아제라고 할 수도 있는지 모르지만 여태까지 내가 봤던 모든 글에서는 코즈나 코스 정도였는데... 역자는 폴 크루그먼의 『대폭로』도 번역했는데 이것도 별로 였던거 같은 기억이... 불현듯 불안감이 들어서 확인해보니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도 같은 번역자다. 왠지 모르게 번역자에 대한 불신감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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