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의 최신작이다. 원제는 'The Conscience of a Liberal'. 사실 작년에 미국에서 나왔고 한글 번역판이 올해 나온 것이라서 최신작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의 향연'에서 경제학자로서 보수주의 경제학 이론의 허구성을 경제학적 논리로 지적했다면 이번에는 현재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의 영역을 넘어서 '지금보다 좀 더 평등한 사회가 바람직하다'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책을 써냈다.
크루그먼이 미국 현대사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렇게 미국의 현대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가운데 크루그먼은 자신의 분석과 정치적 견해를 덧붙이고 있다. '일반 대중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시행하는 공화당이 어떻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 크루그먼은 '인종, 종교, 안보, 부정' 같은 요인을 들면서 보수주의자들의 교묘한 수법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아직도 인종차별이 먹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데는 대담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런 수법에도 한계가 왔음을 지적하면서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그들이 앞으로 가야할 전략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 전략의 첫 번째는 바로 전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은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는 개혁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신뢰를 얻는다면 사회보장제도와 누진세, 최저 임금제, 노조의 활성화 등을 추진하기 쉬워질 것이며 평등한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이러한 시도가 실패했던 이유와 성공하기 위한 요소들을 짚어가며 설명하는 부분에는 그의 정치적 감각이 잘 나타나고 있다. 1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경제학자가 쓴 글이라기보다 정치학자가 쓴 글에 가깝다고 할까? 남부가 왜 공화당의 텃밭이 되었는지 공화당이 안보 정책에 있어서 더 유능하다는 편견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같은 내용은 경제학자들의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들이다. 2
책띠에 '과거를 읽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통찰하라'라는 문구가 씌여져 있다. 군대가기전 어느 교수가 학문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말해주었던 글귀였는데 책을 읽고나니 크루그먼은 이 말을 정말 잘 실현하고 있는 학자구나라는 생각과 정말 적절한 문구를 집어넣었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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