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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그레고리 클라크 ①

by Junhyeok 2010. 4. 28.


  몇 년전부터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뉴스 소재 중의 하나가 '저출산 문제'이다.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한데, 별로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여기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봤는데 먼저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개념들이 있다.

  맬서스의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못하고(이용 가능한 토지 면적에 따라 결정되는) 적정 수준을 중심으로 증가와 감소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현상을 '인구순환'이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영국 경제학자 맬더스(Thomas R. Malthus, 1766~1834년)가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을 출간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므로 인구 순환이 지배하는 경제를 '맬더스적 세계'라고 부른다.[각주:1]

  근대적 경제성장

  근대적 경제성장이란 인구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을 말한다. 근대적 경제성장은 생산기술 발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다른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 가운데 제한된 자연 환경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한 사람당 돌아가는 생산물의 양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각주:2]

  영국의 산업혁명

영국은 인구 순환의 세계에서 근대적 경제성장의 세계로 이행한 최초의 나라이며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영국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영국 산업혁명을 일으킨 원동력은 기술발전이고 (하략)[각주:3]

  경제사에 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교수님이, '앨빈 토플러 같은 사람은 IT 산업을 지식혁명이라고 하면서 신석기 혁명(농경의 시작), 산업혁명와 동급으로 두려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토플러가 말한) 지식혁명은 절대 산업혁명과 비교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즉, 산업혁명만이 '혁명적'이었고, 지식혁명은 산업혁명 속의 작은 흐름(제1차 산업혁명, 제2차 산업혁명에 이은 제 3차 산업혁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나의 의문은 과연 '근대적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느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자연에서 필요한 자원을 얻는 방법과 양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근대적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가능하였지만, 인구가 계속 늘어나다보면 거기에도 한계가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기술'이라도 나오면 모르겠지만,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자원의 양은 한정적일테니 말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내가 좋아하는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본다. '아시아의 고속 성장은 요소 생산성(기술 진보)의 향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요소 투입량(노동과 자본 등)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장도 곧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즉, 현재 대한민국은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처럼) 요소 투입량에 한계가 왔고, (하찮은 나의 견해로는) 기술 진보의 속도도 매우 둔화되었기 때문에 '근대적 경제성장'이 끝난 상황이라고 본다. 더 이상 획기적인 수준의 인구 증가와 소득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저소득층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소득분배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지만, 이미 자원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에 노동력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져있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의 전반부는 역사적으로 인구(노동력)와 소득에 대한 역관계를 증명하는 문헌들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지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새로운 맬서스의 세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1. 차명수, 『서양사 강의』, 한울 아카데미, 개정판, 2003, 309면 [본문으로]
  2. ibid., 307면 [본문으로]
  3. ibid., 311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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