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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책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by Junhyeok 201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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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 후 완벽하게 통제된 미래 V가 돌아왔다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 낸 또 다른 가상현실!

미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정부 지도자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정신집중 캠프’로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되어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어느 날 밤, ‘이비’라는 소녀가 위험에 처하자 어디선가 한 남자가 나타나 놀라운 전투력으로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옛날,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뛰어난 무예와 현란한 두뇌회전, 모든 것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는 ‘V’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진 의문의 사나이.

 세상을 조롱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헨리 5세>의 대사들을 인용하고, 분열되고 투쟁하는 현실세계의 아픔을 노래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읊으며 악을 응징하는 브이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모아 폭력과 압제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할 혁명을 계획하고 있다. 브이의 숨겨진 과거를 알아가는 동안 자신에 관한 진실을 깨달아가는 이비는 점점 브이에게 이끌려 그의 혁명에 동참하게 된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왜곡된 세계의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가.[각주:1]

  발목 염좌 3주차. '휴일=축구하는 날'이라는 공식이 확고한 나에게 축구를 할 수 없는 이번 연휴는 참 긴 시간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축구하러 갔고, 즐겨찾기 해놓은 사이트들은 이미 몇 번씩 들어가봤고, 콯온(Company of Heroes Online을 줄여서 이렇게 부르더라)은 한 게임만 하면 힘들어서 연속으로 못하겠고. 프로게이머들은 참으로 대단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러다 나만의 룸시어터 시스템으로 영화를 봤다. 연휴동안 A.I.와 『V for Vendetta』 두 편을 봤는데 『V for Vendetta』가 꽤 마음에 들었다. 『A.I.』는 흥미로웠던 초반에 비해 후반부는 급작스럽게 동화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완성도가 떨어진거 같은 느낌이었고,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V for Vendetta』가 내 취향에 맞는 영화였다고 할까?

 '이런 영화를 왜 이제 보게된거지'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내가 군대 있을 때 개봉한데다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엄청 성공한 편도 아닌듯하고 제목자체가 어려워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웹서핑 중 우연히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감이 있다고 하길래 흥미가 생겨서 봤는데, 2009년이나 2010년에 개봉했다면 대박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결정적 장면을 꼽아보자면 중간쯤 최고지도자를 조롱하는 풍자개그를 한 방송인을 잡아가는 장면!

 Vendetta는 복수라는 뜻으로 영화에서는 V가 독재체제를 뒤엎고 대중들을 계몽하려 하는 등의 혁명가적인 모습이 부각되었지만 원작 만화에서는 자신이 수용소에 갖혀서 실험대상이 되었던 것에 대한 복수를 실행해나가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붙은 제목인듯 하다. 영화를 먼저보고 원작 만화를 나중에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

  자작극과 미디어 장악을 통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국민들을 통제하는 정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에 대한 개인적 복수와 함께 이런 체제를 바꾸려하는 V(주인공).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는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이퀼리브리엄』을 들 수 있는데, 『이퀼리브리엄』은 화려한 액션에 스토리가 묻혀버리는 감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액션은 많이 자제하고 억압된 사회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좀더 집중했다고 할까? 감독이 조지 오웰의 '1984'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만큼 가볍게 보고 넘기기보다는 생각이 많이 필요한 영화다.

  워쇼스키 형제가 참여한 영화라 그런지 극장에서 보기엔 순식간에 지나가는 대사들을 다 소화하기는 약간 어려운 감이 있다. 매트릭스에서도 그런 장면이 종종 있었지 않은가? 영화 내내 마스크를 단 한번도 벗지 않는 주인공 'V' 역은 '매트릭스'의 '에이전트 스미스'역을 맡았던 휴고 위빙이 맡았는데 마스크 때문에 표정없이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연기해야하고 게다가 영어라서 다 알아들을 수도 없지만 V의 심리상태나 감정등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특히 대사에서 리듬감이 느껴지며 영어를 참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휴고 위빙이 길게 말하는 장면은 몇 번씩 돌려볼만 하다.[각주:2]

 그 외에 다른 배우들로는 보통 삭발 투혼의 나탈리 포트만을 이야기하지만, 『1984』에서 '빅 브라더'체제에 소심하게(?) 저항하다 죽고마는 윈스턴 스미스역의 존 허트가 여기서는 정반대되는 역할인 셔틀러 의장으로 나온 것과 BBC『셜록』에서 레스트레이드 경감으로 나온 루퍼트 그레이브즈가 조연으로 출연으로 나온 것도 눈에 띈다.

  액션 영화라 보기엔 액션 장면이 너무 적고, 2040년이 배경인데 SF라고 보기엔 너무 현대적인 모습의 도시, 억압된 사회라고 느끼는 'V'의 인식에 비해 너무나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처럼 뭔가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지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누군가는 이렇게 평해놨더라.

4년 전에 그린 2010년의 대한민국


  1.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3208, 2010.5.23 [본문으로]
  2. 최근 '퍼스트 어벤저'라는 영화에서도 가면을 쓰고 연기하더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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