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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U-20 월드컵 독일전과 미국전을 보고

by Junhyeok 2009. 10. 3.

  새벽에 U-20 월드컵 대한민국 대 미국의 경기가 있었다. 이번 청소년 대표팀의 경기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지난 수원컵, 얼마전의 독일전 등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기로 결정. 01:30분 경기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알람을 맞춰놓고 자다 일어나서 보기로 결정했다. 11시쯤에 잠들었으니 대략 2시간 30분 취침 후 기상한 셈인데 눈 뜰때의 느낌은 군시절 불침번 근무 때문에 일어나던 느낌이랄까?

  선발 선수 명단이나 포메이션은 독일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독일전에서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켰던 최전방 공격수 박희성도 그대로 나왔고, 스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이승렬과 조영철도 그대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어린 선수들은 스피드에 의존하고 무조건 앞으로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드리블이나 패스 모두 전방으로만 향하다 차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면 체력은 금방 떨어지고 경기는 잘 풀리지 않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면서 공의 소유권을 유지하는게 중요한데 이는 수비수들에게도 공격수 못지않은 볼컨트롤 능력을 요구하는지라 왠만한 팀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몇 번 공을 돌리다 상대팀의 압박에 자칫 실수라도해서 공을 빼앗긴다면 곧바로 위험한 기회를 제공하게되고 몇 차례 그런 상황을 겪다보면 수비수들은 겁을 먹고 뻥뻥 걷어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대표팀은 수비수와 미드필더간의 패스 플레이가 상당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세워서 숫자를 늘린 점도 도움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수들의 볼 컨트롤 능력이 상당히 좋다는 말이다. 확실한 기회가 아니라면 서둘지 않고 공을 돌리면서 공간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뿐이라면 점유율만 높고 상당히 지루한 경기가 되기 쉽다. 수비가 아무리 잘 이루어져도 공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면 팀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공격을 풀어주는게 좌우의 측면 공격이다. 대표팀의 또 하나의 강점을 뽑아보자면 측면 자원들의 스피드다. 우선 좌우 윙백들이 상대 윙어들에게 스피드로 돌파당하는 장면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우리의 윙어들은 상대 윙백들을 손쉽게 돌파하고 크로스를 올려주고 있다. 특히 독일전에서는 우리 공격수가 공을 가지고 정지한 상태에서도 수 차례 돌파를 성공할 정도로 압도적인 스피드를 보여주었다.

  강팀을 만나면 항상 몸을 날리는 육탄수비와 소수 공격수의 답답한 역습만이 떠오르던 대표팀이었는데 이번 청소년 대표팀의 경기력은 오히려 우리가 실력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경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해간다는 느낌이었다.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포워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과감한 중거리 슛의 시도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겠다. 독일전에 부진했던 박희성 선수가 이번에는 두 번째 골의 어시스트가 된 크로스와 페널티킥이 될 뻔한 반칙을 이끌어낸 패스를 해주는 등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존재감이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중앙에서의 공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격패턴이 단조로워지면서 한계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후반으로 가면서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비와 미드필더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공을 돌리지 못하면서 롱패스, 전진 패스가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 두 경기에서는 상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크게 단점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좀 더 높은 수준의 팀을 만나게 된다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상승세를 타는 것이 확연히 보이는 대표팀인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도 않을까하는 예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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