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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나이지리아전 관전평

by Junhyeok 2010. 6. 23.
  아무래도 모든 평가는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는가보다. 그리스전 승리 때는 월드컵 16강은 떼논 당상인것 같은 분위기더니 아르헨티나전에서 대패하자 경기력이 형편없었다, 졸전이었다라며 비난 일색이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전에서 비기고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며 난리다. 예선 3경기 1승1무1패라는 성적은 지난 2006년 대회와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일단 이번 경기는 아르헨티나전에 비하면 굉장히 운이 따라준 경기였다. 아르헨티나전과 마찬가지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하였는데 이정수 선수의 행운의 골을 비롯해서 - 물론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한 세트피스 패턴이겠지만 분명히 머리로 넣을려는 의도와 상관없이 다리에 맞고 들어갔으니 - 포스트를 강타한 슛을 비롯해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린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패했을 것이다. 만약 2:3으로 패했다면 세 팀이 나란히 1승2패를 기록하게 되고 득실에서 앞서는 나이지리아가 진출할 수 있었으니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울듯.

  김남일 선수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겠다. 리플레이를 돌려봤지만 침투하는 나이지리아 선수를 잘 마크해서 공을 차지했고, 상대선수를 곁눈질로 보며 턴하는 과정에서 터치의 실수가 있었던거지 재주를 부릴려고 했던건 아니니까. 그보다 일대일 상황이 될뻔한 기성용의 패스미스가 훨씬 위험한 플레이였다. 다행히 김정우 선수가 잘커버하면서 위기를 넘겨지만 말이다.

  첫 골에 대해서도 차두리 잘못이다, 정성룡 잘못이다 댓글들이 많던데, 내가 볼 땐 나이리지아 선수들의 플레이가 좋았다. 측면에서 박지성, 김정우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올린 크로스도 좋았고, 차두리 뒤에서 달려들며 발을 갖다댄 공격수도 좋은 플레이었다.

  가장 믿을만한 선수는 역시 박지성이었다. 소속팀 맨유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대표팀에서는 에이스답게 공이 연결되기만 하면 거의 실수없이 의미있는 플레이가 나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볼컨트롤이 가장 안정적이다. 반면에 좀더 젊은 선수들은 - 이청용, 박주영 등 - 어릴 때부터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세대여서 그런지 화려하고 센스가 넘치지만 성공율에서 약간 아쉬운 감이 있다. 염기훈은 우리팀보다 상대팀의 역습에 더 공헌을 많이하는 듯한 느낌.

  어찌되었건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생각보다 괜찮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3경기 5골. 물론 따져보면 3골이 프리킥 상황이었고 2골은 상대 수비수의 치명적 실수에서 비롯된 거지만  매 경기 득점을 하고 있다는 건 상당한 자신감을 줄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지적대로 다음 경기의 관건은 수비력이 될 거 같다. 수비상황에서 차범근 해설의 말처럼 대형을 유지하지 않고 전방의 선수들이 제각각 공을 향해 달려드는 경향이 있던데 그런 점은 보완해야되지 않을까. 그리고 후반에는 김보경이나 이승렬같은 젊은 선수들을 빨리 투입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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