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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1승 1무 2패

by Junhyeok 2010. 6. 29.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기를 보고 여러사람들이 갖가지 평을 하고 있는데, 웹서핑하다가 마음에 드는 축구 기사를 봐서 포스팅 해본다. 이런 글이 왜 일본에서 나오고 한국에서는 안나오는지 몰라.

일본 축구팬 “한국 축구는 정말 매력적”

... 이러한 수비조직력만 놓고 보자면 결승 토너먼트 진출국 중 우루과이와 일본이 가장 좋다. 이들은 자기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패스미스 같은 걸 거의 안 한다. 오밀조밀한 패스도 하지 않는다. 무조건 공중볼로 뻥뻥 차 낸다. 나카자와 유지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그는 공이 오면 무조건 공중으로 차 낸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중으로 높이 차 올리면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동안 골 마우스 앞 수비수들이 다시 한 번 자기가 맡아야 할 선수를 확인한다. 또 공이 높게 뜨면 뜰수록 상대 공격수의 볼터치가 곤란해진다." 그에게 있어서 이 '볼 클리어링'은 일종의 철학이며 이것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90분 내내 지속되는 '집중력'이다. ...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의외로 일본의 경기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일본은 우리처럼 강팀에게 대패하지 않았고, 3골이나 넣은 경기도 있으며 3경기에 2실점 밖에 하지 않는 놀라운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수비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안그래도 늦은 시간 경기 보는 사람 더 졸리게 만드는, 수비수들의 무조건 반사적인 클리어링. 솔직히 덴마크전은 보지 않아서 뭐라고 하지 못하겠고, 카메룬과 네덜란드 경기에서는 '월드컵에서 저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클리어링으로 일관하는 일본 선수들을 보니 '우리는 공을 컨트롤해서 압박해 들어오는 상대방을 이겨내고 안전하게 우리편에게 패스해줄 자신이 없다'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일본은 처음부터 자신들이 상대팀보다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적인 클리어링으로 상대방의 김을 빼고 전방 공격수의 로또 한방을 기대하면서 경기에 임했다는 뜻이다.

  반면에 한국 선수들은 비록 순간순간 집중력 저하로 위험천만한 패스미스를 종종 범했지만(지난 청소년 대회에서도 마찬가지) 자신감있게 페인트로 상대방을 속이고 여유있게 패스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특히 김정우 선수) 박지성 선수는 확실하게 공을 간수하는 능력과 스피드를 살린 돌파, 멋진 킬러패스를 여러 개 넣어주면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해주었다. 크로스 하나 만큼은 확실히 유럽수준인 차두리 선수도 좋았고, 공격수의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수비수 실책을 유도하고 2골이나 넣었던 것도 이전의 월드컵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들. 세트피스 또한 이번 대회는 3개나 성공시키면서 확실한 득점원이 되어주었다.

호나우지뉴인줄..

이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박카카와 소녀슈팅

차두리의 유러피언 크로스

박사비님의 패스 후 즐라탄의 슈팅을 기대했으나...


   아쉬웠던 점은 3경기 연속 초반에 실점하던 모습과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족. 수비라인은 카리스마 있고 노련한 센터백이 없다는게 아쉬웠다. 오죽하면 풀백인 이영표 선수가 수비라인을 조율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조용형 선수에 대한 비난는 많이 사그라든거 같은데, 내가 볼때는 센터백이 지나치게 상대 공격수에게 덤벼들다 훼이크에 속고 몸으로 억지로 막다가 파울하는 장면이 많이 보였다. 수준급 공격수들을 막기에는 대인방어 능력이 좀 떨어지는 듯한 느낌.

  이동국 선수는 출전시간자체가 적었는데, 마지막 순간의 슈팅을 놓쳤다는 이유로(운만 따라줬다면 골키퍼 다리 사이로 빠질 수 있었던 슛이었다.)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을것이 뻔하기에 넘어가겠다. 비난에 대한 쉴드 차원인지 부상이 알려진 것보다 심햇다는 기사가 뜨던데, 그럼 부상선수를 데려간 잘못은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모두가 칭찬해 마지 않는 이청용 선수도 이번 월드컵 경기들을 곱씹어보면 노마크 찬스에서 골키퍼에게 안겨주는 슛팅을 많이 했다. 본인도 한 TV 프로그램에서 슛팅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던데 앞으로 많은 보완이 있기를. 박주영 선수는... 점프만 하다가 힘 다 뺀듯.

  박지성 선수의 말대로 세계와의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대회였던거 같다. 한국팀의 스타일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완성도가 좀 떨어졌을 뿐이다. 16강 진출과 1승1무2패의 전적이면 굉장한 성공이다.

  아무튼 우리나라팀 떨어졌으니까 애국심은 빼고 축덕의 자세로 돌아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월드컵을 즐기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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