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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대한민국 VS UAE - 박주영에 대해서

by Junhyeok 2011. 11. 12.

박주영은 이번 시즌 직전 아스날로 '깜짝' 이적을 했다. 1985년생이니까 축구선수로서는 전성기의 나이 대에 접어들었지만, 내 기억으로는 대표팀이나 클럽에서 강팀을 상대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도 별로 없는거 같고 클럽 경력도 그저그런 아시아 선수가 아스날에 입단했으니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예상했던대로 아스날에서는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박주영이 즉시 전력감, 혹은 시즌 초반 부진했던 아스널의 구세주라도 될 것 마냥 매경기 그의 출전여부를 가지고 기사를 써댔는데 보다가 하도 답답해서 '박주영은 당장 아스날에서 활약할만한 실력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포스팅을 해볼까 하다가 본격 선수 까는 글을 쓰기도 뭐하고, 누군가 대신 이런 좋은 기사를 써줬길래 그냥 넘어갔던 적이 있다.

그리고 시간은 좀더 흘러서 아스날에서는 벤치 신세지만 대표팀에서는 경기마다 골을 넣으면서 잘 나가고 있는 박주영의 경기를, 고등학교 동창들과 채팅하며 같이 보게 되었다. 몇몇 친구들은 어쨌거나 현재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는 박주영이 아닌가?라는 입장이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거의 경기 내내 박주영에 대한 비판을 하는 형태. 일단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대한민국 VS UAE 경기에서 박주영의 실망스러웠던 몇 장면을 보고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

공격전개 과정이 매우 좋았지만 마지막에 박주영이 템포를 죽이면서 뒤따라 오던 수비수에게 공을 뺏겼다.

여기서도 서정진의 좋은 패스를 빠르게 치고 나갔으면 좋았을텐데, 템포를 늦추면서 수비수에게 태클할 기회를 제공

이 장면은 수비 뒤쪽에서 앞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았고, 아마도 정교한 터치로 골키퍼를 살짝 넘겨서 바로 슛팅으로 연결하려고 했던거 같다. 그러나 터치가 좋지 않으면서 공이 너무 높고 멀리 가버렸고, 그래서 마지막 터치를 슛팅을 하지 않고 반대쪽으로 넘겨주려고 했던 듯.

다음 플레이를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막연히 앞으로 공을 쳐놓다가 터치가 길어져 태클 후 경고받는 장면

정확히 날아온 패스에 헛발질하고 공이 디딤발에 맞는 장면. 잘하던 경기에서 이런 실수가 나오면 그럴수도 있지하고 넘어가겠지만 부진한 경기에서는 그저 비난받을 장면.

공을 들어올려 상대편 키를 넘겨 차두리에게 패스하려다 실패한 장면.

최근에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스피드를 꼽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피드란 단순하게 주력이나 민첩성 같은 신체적 능력이 아닌 판단력을 말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첫 번째, 두 번째 장면을 보면 굉장히 좋은 패스가 연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박주영 스스로 템포를 늦추면서 수비수에게 여유를 주면서 기회를 무산시켜 버리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손흥민이라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달려서 최소한 슛은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박주영은 공을 잡으면서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을 끌면서 주위를 살펴보고 판단을 한다. 우리 편의 움직임을 쓸모없게 만들고 상대팀에게는 수비라인을 정비할 시간을 주는 플레이다. 그러면서 볼관리를 느슨하게 해 공을 쉽게 뺏기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90분 동안 22명이 뛰는 축구 경기에서 한 선수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공이 오는 짧은 순간순간에 좀더 강한 집중력을 가지고 플레이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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