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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2011.12.10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by Junhyeok 2011. 12. 16.

 우리 시각으로 일요일 아침에 있었던 엘 클라시코에 대한 뒤늦은 리뷰를 써볼까 한다. 두 팀은 이번 시즌에도 역시 라 리가에서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이며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한 경기를 덜 치르고도 승점 3점을 앞서며 1위를 지키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최근 분위기가 좀 더 좋아보였고 홈에서 치르는 경기인 만큼 이번 경기에서는 좀더 우세한 경기력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게 내 예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 시작 20초만에 바르셀로나 골키퍼 발데스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벤제마가 선취점을 올리면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갔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최근 몇 년 동안 최고의 팀이라는 소리를 괜히 듣고 있는게 아니었다. 어이없게 한 점을 주고 시작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쳐나갔다. 언제나처럼 수비진영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로 전진하고 공의 소유권을 지키는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강한 압박으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실수를 유도하려 해봤지만 거의 통하지 않았다. 수비수들조차도 공을 다루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니 아무리 압박해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당황해서 무의미하게 클리어해내는 일을 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디 마리아가 피케의 페인팅 모션에 속아 부상을 당했을 정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플레이가 단순해져 가는게 눈에 보였다. 반면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언제나처럼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렸고 결국 한 점, 한 점씩 추가하면서 3-1로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레알 마드리드는 미국식 빅볼 스타일이고, 바르셀로나는 스몰볼이라고 할까? 외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마드리드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패스나 드리블 모두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갈 생각만 하고 있는게 보였다. 반면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패스할듯 하면서 드리블하고, 드리블할 듯하면서 패스하고, 앞으로 패스하는 척하다 옆으로 주는게 보통이다.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전부 페인트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그 모든 동작에 일일이 반응하다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확실히 좋은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들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호나우두나 디 마리아, 외질, 벤제마 같은 선수들을 1:1로 제대로 막아낼 수비수들이 부족하다. 하지만 푸욜, 피케, 알베스 같은 수비수들은 호나우두를 상대로 부담스러워하거나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평상시처럼 개인 능력에 의존한 공격이 통하지 않게되니 전체적인 공격력이 무뎌지는게 아닐까?

 

아직까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좋은 수비를 보여준 푸욜

 레알 마드리드가 강팀들의 대결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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