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케이블TV에 8VSB 변조방식을 허용한다고?

 먼저 8VSB가 뭔지 알아야겠다. 기술적인 건 나도 이해불가한 수식과 그래프가 넘쳐나니 건너뛰고,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만 짚어보겠다. 집에 디지털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안테나를 TV에 직접 연결하고 채널검색을 해서 지상파 방송 5개 채널을 검색해서 볼 수 있다. 6-1, 7-1, 9-1, 10-1, 11-1 같은 채널이 바로 8VSB로 전송되고 있는 지상파 HD 채널이다. 이 채널들은 케이블 방송사가 재송신해주기 때문에, 아날로그 케이블TV 서비스에 가입하면 지상파는 HD로 나와서 깨끗한 화면을 시청할 수 있고, 나머지 채널들은 제아무리 좋은 TV를 가지고 있어도 화질이 떨어지게 되어있다.^[각주:1]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 빼고 나머지 채널들은 QAM이라는 변조방식을 사용해서, 케이블TV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만 HD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디지털 TV를 가지고 있더라도 셋톱박스 없이는 HD방송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각주:2] 그런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이번에 지상파 외 다른 PP^[각주:3]들도 8VSB 변조방식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셋톱박스 없이 볼 수 있는 HD채널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케이블TV 8VSB 변조방식 허용

 그런데, '현재 아날로그 케이블TV의 채널 수 및 요금 유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일단 MSO^[각주:4]들은 아날로그 케이블은 수익성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추가 투자는 커녕, 없애지 못해서 안달인 상황이다.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시켜야 가입자가 셋톱박스를 통해서 VOD도 보고, 유료채널도 시청하고, 게임도 하고, 집전화도 추가로 가입하는 등의 부가 수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는데, 아날로그 케이블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여지가 전혀 없다. 돈이 안되는데 화질 개선을 통해 상품성을 올리려고 할까?

 거기다 8VSB 방송수신이 불가능한 TV도 많은데 컨버터도 SO가 자체부담해야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추가 기기가 설치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데 컨버터가 필요하다면 글쎄? 아니면 현재 지상파처럼 같은 방송을 두 가지 변조방식으로 송출해야되는데,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그런 식으로 사용할리는 만무하고, 8VSB 만으로 방송해야할 것인데 이 또한 기존 가입자들에게 전환 동의를 받아야 한다.

 6월부터 허용이라지만 여러모로 MSO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은 '0%' 가까워 보인다. 이 정책을 두고 종편, 홈쇼핑 특혜라는 식의 해석이 많은데, 과연 두 집단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건지 확인해볼 수 있는 정책이 아닌가 한다.

1. 브라운관 TV를 가지고 있다면...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2. Clear QAM이란게 있지만, 대부분 스크램블시켜서 볼 수 없게 해놓음. [본문으로]
3. program provider. 채널사업자, 프로그램 공급자 [본문으로]
4. Multiple System Operator.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본문으로]